고무줄을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죠. 그런데 여러 번 반복하면 점점 느슨해지고, 완전히 원래 길이로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이 현상이 바로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재료가 과거의 하중 이력을 기억하는 현상”
즉, 한 번 받은 하중의 흔적이 내부에 남아 그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히스테리시스는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에너지 손실(Energy Loss)이 구조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면 “왜 오래된 구조물이 처음보다 약해지는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히스테리시스란 무엇인가?
히스테리시스는 재료가 하중과 변형 사이의 관계에서 ‘되돌아올 때 다른 경로를 따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 하중을 가할 때의 응력-변형 곡선과
- 하중을 제거할 때의 곡선이 서로 겹치지 않고 고리(loop) 모양을 그립니다.
이 고리 안의 면적이 바로 재료가 잃어버린 에너지 손실량을 의미합니다. 즉, 한 번의 하중 주기(cycle) 동안 일부 에너지는 복원력으로 돌아오지만, 나머지는 내부 마찰과 구조 손실로 사라집니다.
왜 히스테리시스가 생길까?
히스테리시스는 재료 내부에서 원자 간 결합, 결정 구조, 분자 배열이 하중을 받을 때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미세한 변형은 대부분 다시 돌아오지만, 일부는 내부 마찰로 열(heat)로 바뀌며 영구적으로 손실됩니다. 즉, 재료는 한 번 버틸 때마다 조금씩 “피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히스테리시스는 단순히 ‘탄성의 손실’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변형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보는 히스테리시스의 예시
- 고무줄
여러 번 당기면 점점 늘어나며 복원력이 약해집니다. 내부 분자들이 미끄러져서 마찰열로 에너지가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 자동차 서스펜션
도로 요철을 넘을 때 댐퍼(damper)가 진동을 흡수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열로 변해 사라집니다. 이게 바로 기계적 히스테리시스입니다. - 금속의 반복 하중 피로
항공기나 교량의 금속 부재는 미세한 히스테리시스 손실이 반복되며 피로 균열이 생깁니다. - 자기 재료(철심)의 히스테리시스
전자기학에서도 같은 개념이 존재합니다. 자화된 재료는 외부 자장을 제거해도 일부 자기력이 남는데, 이 역시 히스테리시스 현상입니다.
히스테리시스 곡선으로 보는 에너지 손실
응력(Stress)을 세로축, 변형(Strain)을 가로축으로 두고 하중을 주었다가 제거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됩니다.
│ ↗───(가력 시 응력 증가)
│ /
│ / ↘───(제하 시 경로)
│───┴────────────────→
변형 (Strain)
- 위쪽 곡선: 하중을 가할 때
- 아래쪽 곡선: 하중을 제거할 때
두 곡선 사이의 면적 → 손실된 에너지(내부 마찰로 소실된 부분)
이 면적이 클수록 재료는 ‘복원력이 낮고 피로가 큰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히스테리시스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
- 반복 하중에 대한 내구성 저하
구조물이 하중을 반복해서 받을수록 내부 응력이 누적됩니다. 결국 일정 주기 후 피로 파손이 시작됩니다. - 에너지 흡수 성능
반대로, 히스테리시스가 큰 재료는 충격을 잘 흡수합니다. 즉, 자동차 범퍼나 진동 댐퍼처럼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는 구조물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 진동 감쇠(Damping) 효과
히스테리시스가 큰 재료는 반복 변형 시 진동을 스스로 줄이는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고무, 복합재, 폴리머는 감쇠용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히스테리시스의 두 얼굴 - “에너지 손실”이 곧 “충격 흡수력”
히스테리시스는 구조물 입장에서는 피로의 원인이지만, 설계자 입장에서는 ‘에너지 제어 수단’이기도 합니다.
즉,
- 정밀 기계나 항공기 구조 → 히스테리시스 최소화 (정확성 유지)
- 진동 흡수 장치나 충격 구조 → 히스테리시스 극대화 (에너지 흡수 목적)
이처럼 ‘손실’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 적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히스테리시스의 본질 - “기억하는 재료”
히스테리시스는 결국 재료가 “나는 한 번 그 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그 기억은 재료의 미세한 구조 속에 남아, 다음 하중에 대한 반응을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반복 하중을 고려한 설계에서는 항상 재료의 ‘히스테리시스 특성’을 시험하고 데이터로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첫 번째 하중엔 버티지만 다섯 번째 하중엔 예기치 않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결론
히스테리시스는 재료가 겪은 시간의 흔적이자, 에너지가 사라지는 길입니다. 처음엔 단단해도, 반복될수록 그 내부는 조금씩 달라지고, 그 변화가 결국 구조물의 수명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손실” 덕분에 우리는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을 줄이며,
더 안전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히스테리시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재료는 완벽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덕분에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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