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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역학

재료의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와 에너지 손실의 메커니즘

by adkim1 2025. 12. 13.

고무줄을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죠. 그런데 여러 번 반복하면 점점 느슨해지고, 완전히 원래 길이로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이 현상이 바로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재료가 과거의 하중 이력을 기억하는 현상”

 

즉, 한 번 받은 하중의 흔적이 내부에 남아 그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히스테리시스는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에너지 손실(Energy Loss)이 구조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면 “왜 오래된 구조물이 처음보다 약해지는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재료의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와 에너지 손실의 메커니즘

 

히스테리시스란 무엇인가?

히스테리시스는 재료가 하중과 변형 사이의 관계에서 ‘되돌아올 때 다른 경로를 따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 하중을 가할 때의 응력-변형 곡선과
  • 하중을 제거할 때의 곡선이 서로 겹치지 않고 고리(loop) 모양을 그립니다.

이 고리 안의 면적이 바로 재료가 잃어버린 에너지 손실량을 의미합니다. 즉, 한 번의 하중 주기(cycle) 동안 일부 에너지는 복원력으로 돌아오지만, 나머지는 내부 마찰과 구조 손실로 사라집니다.

 

 

왜 히스테리시스가 생길까?

히스테리시스는 재료 내부에서 원자 간 결합, 결정 구조, 분자 배열이 하중을 받을 때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 미세한 변형은 대부분 다시 돌아오지만, 일부는 내부 마찰로 열(heat)로 바뀌며 영구적으로 손실됩니다. 즉, 재료는 한 번 버틸 때마다 조금씩 “피로 에너지”를 축적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히스테리시스는 단순히 ‘탄성의 손실’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변형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보는 히스테리시스의 예시

  1. 고무줄
    여러 번 당기면 점점 늘어나며 복원력이 약해집니다. 내부 분자들이 미끄러져서 마찰열로 에너지가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2. 자동차 서스펜션
    도로 요철을 넘을 때 댐퍼(damper)가 진동을 흡수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열로 변해 사라집니다. 이게 바로 기계적 히스테리시스입니다.
  3. 금속의 반복 하중 피로
    항공기나 교량의 금속 부재는 미세한 히스테리시스 손실이 반복되며 피로 균열이 생깁니다.
  4. 자기 재료(철심)의 히스테리시스
    전자기학에서도 같은 개념이 존재합니다. 자화된 재료는 외부 자장을 제거해도 일부 자기력이 남는데, 이 역시 히스테리시스 현상입니다.

 

 

히스테리시스 곡선으로 보는 에너지 손실

응력(Stress)을 세로축, 변형(Strain)을 가로축으로 두고 하중을 주었다가 제거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됩니다.

 

│      ↗───(가력 시 응력 증가)
│     / 
│    /     ↘───(제하 시 경로)
│───┴────────────────→
   변형 (Strain)
  • 위쪽 곡선: 하중을 가할 때
  • 아래쪽 곡선: 하중을 제거할 때
    두 곡선 사이의 면적 → 손실된 에너지(내부 마찰로 소실된 부분)

이 면적이 클수록 재료는 ‘복원력이 낮고 피로가 큰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히스테리시스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

  1. 반복 하중에 대한 내구성 저하
    구조물이 하중을 반복해서 받을수록 내부 응력이 누적됩니다. 결국 일정 주기 후 피로 파손이 시작됩니다.
  2. 에너지 흡수 성능
    반대로, 히스테리시스가 큰 재료는 충격을 잘 흡수합니다. 즉, 자동차 범퍼나 진동 댐퍼처럼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는 구조물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3. 진동 감쇠(Damping) 효과
    히스테리시스가 큰 재료는 반복 변형 시 진동을 스스로 줄이는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고무, 복합재, 폴리머는 감쇠용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히스테리시스의 두 얼굴 - “에너지 손실”이 곧 “충격 흡수력”

히스테리시스는 구조물 입장에서는 피로의 원인이지만, 설계자 입장에서는 ‘에너지 제어 수단’이기도 합니다.

즉,

  • 정밀 기계나 항공기 구조 → 히스테리시스 최소화 (정확성 유지)
  • 진동 흡수 장치나 충격 구조 → 히스테리시스 극대화 (에너지 흡수 목적)

이처럼 ‘손실’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 적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히스테리시스의 본질 - “기억하는 재료”

히스테리시스는 결국 재료가 “나는 한 번 그 힘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그 기억은 재료의 미세한 구조 속에 남아, 다음 하중에 대한 반응을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반복 하중을 고려한 설계에서는 항상 재료의 ‘히스테리시스 특성’을 시험하고 데이터로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첫 번째 하중엔 버티지만 다섯 번째 하중엔 예기치 않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결론

히스테리시스는 재료가 겪은 시간의 흔적이자, 에너지가 사라지는 길입니다. 처음엔 단단해도, 반복될수록 그 내부는 조금씩 달라지고, 그 변화가 결국 구조물의 수명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손실” 덕분에 우리는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을 줄이며,
더 안전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히스테리시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재료는 완벽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덕분에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