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다리도, 건물도, 심지어 비행기도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무작위가 아니라, 각 구조물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한 리듬과 형태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리듬을 고유 진동수(Natural Frequency)라 하고, 그 형태를 모드형상(Mode Shape)이라고 부릅니다. 즉, 구조물의 진동은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그 구조물이 가진 “자연스러운 공명 패턴”의 표현입니다.

고유 진동수란 무엇인가?
모든 구조물은 외부 힘이 제거된 뒤에도 자기만의 주기로 ‘자유 진동(Free Vibration)’을 합니다. 이때의 진동 속도, 즉 구조물이 본래 선호하는 진동의 리듬이 바로 고유 진동수(Natural Frequency)입니다.
예를 들어,
- 얇고 긴 철제 빔은 천천히 진동 (낮은 고유 진동수)
- 짧고 단단한 막대는 빠르게 진동 (높은 고유 진동수)
이처럼 강성(Stiffness)과 질량(Mass)의 비율이 고유 진동수를 결정합니다.
강할수록 빨리, 무거울수록 느리게 진동한다.
모드형상(Mode Shape)이란 무엇인가?
모드형상은 구조물이 진동할 때 어떤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공간적 패턴입니다. 즉, ‘진동의 모양’을 말합니다.
- 1차 모드: 전체가 한쪽으로 휘는 기본 형태
- 2차 모드: 중간이 고정되고 양쪽 끝이 반대로 움직이는 형태
- 3차 모드 이상: 더 복잡한 파동 형태로 진동
모드형상은 구조물의 형태와 경계조건(고정, 자유단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유 진동수와 모드형상의 관계
고유 진동수는 ‘리듬(시간)’을, 모드형상은 ‘모양(공간)’을 의미합니다.
이 둘은 항상 짝을 이루어 존재합니다.
- “몇 번째 모드로 진동하느냐” → 진동수 결정
- “그때 어떤 형태로 움직이느냐” → 모드형상 결정
즉, 구조물의 모든 진동은 시간적 리듬 + 공간적 형태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시로 보는 모드형상
기타 줄의 진동
기타 줄을 튕기면
- 전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1차 모드
- 중간이 고정되고 두 부분이 반대로 움직이는 2차 모드
- 그 이상으로는 복잡한 파동들이 겹칩니다.
이것이 바로 소리의 배음(Harmonics)이고,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교량의 진동
바람이나 차량의 하중으로 교량이 흔들릴 때
- 중앙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1차 모드
- 좌우 방향으로 비틀리는 2차 모드
- 더 높은 모드에서는 파도처럼 여러 부분이 동시에 흔들립니다.
타코마 내로우 교량 붕괴 사건은 비틀림 모드(2차 모드)가 공진하면서 폭발적으로 진폭이 커진 사례입니다.
빌딩의 흔들림
지진이나 강풍에 노출되면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 저층부는 거의 고정
- 상층부가 지연된 타이밍으로 움직이는
‘1차 굽힘 모드(Bending Mode)’가 나타납니다.
초고층 건물일수록 이 모드를 제어하기 위해 튜닝 질량 댐퍼(TMD)가 설치됩니다.
왜 모드형상을 알아야 할까?
- 공진 위험 분석
외부 진동의 주파수가 구조물의 고유 진동수 중 하나와 일치하면 특정 모드형상으로 공진이 발생합니다.
→ 설계 시, 해당 주파수를 피해야 합니다. - 진동 제어 설계
각 모드별로 진폭이 커지는 부위를 파악하면, 그 지점에 감쇠재나 보강 구조를 추가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피로 및 파손 예측
모드 분석을 통해 진동이 집중되는 위치를 예측하면 반복 하중에 의한 피로 손상을 미리 방지할 수 있습니다.
진동의 “중첩” - 모든 모드는 함께 존재한다
실제 구조물의 진동은 하나의 모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 모드가 동시에 중첩되어 복합적인 진동 형태를 만듭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흔들림은 사실 수십 개의 진동 모드가 겹쳐진 결과입니다. 이 복합 거동을 해석하는 것이 바로 모달 해석(Modal Analysis)이며, 이는 현대 구조해석(특히 FEA, 유한요소해석)의 핵심 기술입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비유
- 고유 진동수 → “사람의 목소리 톤”
- 모드형상 → “그 사람이 발성할 때의 표정과 입 모양”
즉, 같은 구조물이라도 다른 모드로 진동하면 전혀 다른 ‘흔들림의 성격’을 보입니다.
결론 - “진동의 패턴을 알면, 파괴의 길을 예측할 수 있다”
고유 진동수와 모드형상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구조 설계의 진동 안전성의 지도입니다. 공진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진짜 엔지니어링의 핵심입니다.
“강한 구조란 진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진동의 리듬을 이해하고 통제할 줄 아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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