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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역학

피로(Fatigue)와 파손(Fracture)의 차이

by adkim1 2025. 12. 11.

건물이 무너지고, 금속이 끊어지고, 기계가 고장 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 파손은 단 한 번의 강한 충격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작은 하중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반복적인 하중에 의해 재료 내부가 서서히 약해지는 현상을 피로(Fatigue)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피로가 쌓여 결국 재료가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이 파손(Fracture)입니다. 즉, 피로는 과정이고, 파손은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 두 개념을 구조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피로(Fatigue)와 파손(Fracture)의 차이

 

피로(Fatigue)란 무엇인가?

피로란, 재료가 비교적 작은 하중을 반복해서 받을 때 점점 내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어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한 번의 하중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수천 번, 수만 번 반복되면 결국 재료의 미세한 틈이 커지고, 그 틈이 균열(Crack)로 발전하면서 파손으로 이어집니다. 즉, 피로는 재료의 “수명”과 직접 관련된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피로를 재료의 피로 수명(Fatigue Life)이라고도 부릅니다.

 

 

피로가 생기는 과정

피로는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1. 균열의 시작 (Crack Initiation)
    재료 내부나 표면에 미세한 결함, 흠집, 거친 표면 등이 응력 집중점이 됩니다. 반복 하중이 걸릴 때마다 이 지점에서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2. 균열의 성장 (Crack Propagation)
    반복될수록 균열은 점점 안쪽으로 퍼져 나갑니다. 이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며, 재료 내부가 약해지는 시기입니다.
  3. 최종 파손 (Fracture)
    균열이 임계 길이에 도달하면, 남아 있는 단면이 한순간에 감당하지 못하고 ‘툭’ 하고 끊어집니다. 이 순간이 바로 파손(Fracture)입니다.

즉, 피로는 천천히 쌓이고, 파손은 한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파손(Fracture)이란 무엇인가?

파손은 재료가 더 이상 외력을 견디지 못해 물리적으로 끊어지는 현상입니다. 이때 재료 내부의 결합이 완전히 깨지며, 구조물의 기능이 상실됩니다. 파손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취성 파손 (Brittle Fracture)
    경도가 높고 변형이 거의 없는 재료(예: 유리, 주철)에서 발생합니다. 균열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퍼지며, 변형 없이 깨져버립니다. 흔히 “툭 부러진다”는 형태입니다.
  2. 연성 파손 (Ductile Fracture)
    금속처럼 변형이 가능한 재료에서 일어납니다. 끊어지기 전에 목 부분이 좁아지고, 서서히 늘어나며 파손됩니다. 즉, 파손 전 징후를 어느 정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피로와 파손의 관계를 일상 예로 이해하기

  1. 종이 클립 구부리기
    한 번 구부리면 아무 일 없지만,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 결국 끊어집니다. 그 순간 클립이 부서진 이유는 재료가 약해서가 아니라 반복된 피로 누적 때문입니다.
  2. 비행기 날개
    비행기 날개는 비행 중 계속 진동과 압력 변화를 받습니다. 이 미세한 반복 하중이 금속 내부에서 피로 균열을 일으켜, 주기적인 정비와 검사를 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자동차 서스펜션 암
    노면 충격을 수없이 받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기 쉬운 부품입니다. 실제 파손은 대개 오랜 시간 후에 갑자기 발생합니다.

 

 

 

피로를 유발하는 요인

  • 반복 하중의 크기와 빈도
    하중이 작더라도 반복 횟수가 많으면 피로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 응력 집중 부위의 존재
    구멍, 모서리, 나사산 등은 항상 피로 균열의 시작점입니다.
  • 표면 상태
    거친 표면, 미세한 흠집, 용접 자국 등은 피로를 가속시킵니다.
  • 부식 환경
    습기나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는 미세 균열이 빠르게 확장됩니다.

 

 

 

피로와 파손을 줄이는 설계 방법

  1. 응력 집중 완화
    부드러운 곡면, 완만한 단면 변화, 매끄러운 표면 마감으로 응력 분포를 균등하게 만듭니다.
  2. 피로 시험(Fatigue Test) 데이터 활용
    실제 부품이 얼마나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를 실험으로 미리 검증해 안전 여유(Safety Margin)를 확보합니다.
  3. 주기적인 점검과 비파괴 검사(NDT)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균열을 초음파, 자기탐상법 등으로 확인합니다.
  4. 하중 분산 설계
    반복 하중이 한 부위에 몰리지 않도록 구조를 분리하거나 연결 부위를 보강합니다.

 

 

 

피로와 파손의 본질 — “시간과 반복이 만든 결과”

많은 사람들이 파손을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파손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피로의 결과입니다. 재료는 단 한 번의 큰 하중보다 작은 하중의 반복에 훨씬 더 쉽게 약해집니다. 즉, 구조물의 수명을 결정짓는 것은 강도가 아니라, 하중의 이력(history)입니다.

 

 

결론

피로는 ‘조용한 파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내부를 약하게 만들고, 마침내 임계점을 넘는 순간 한순간에 파손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진짜 안전한 구조란 단단한 재료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되는 현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재료역학에서 피로와 파손을 배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지금의 강도’보다 ‘시간이 지난 후의 강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