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날 고속도로에 금이 가거나, 겨울철 철로 사이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 걸 본 적 있을 겁니다. 이는 단순한 노후화가 아니라 ‘열응력’이라는 물리 현상 때문입니다. 재료는 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합니다. 이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라면 내부에 응력이 쌓여버립니다. 이 보이지 않는 온도의 힘이 바로 열응력(Thermal Stress)입니다.

열응력이란 무엇인가?
열응력은 재료가 온도 변화에 의해 자유롭게 변형하지 못할 때 생기는 내부 응력입니다.
즉,
“재료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싶은데,
주변이 그걸 막고 있을 때 생기는 저항력”
입니다.
온도가 오르면 재료는 팽창하려 하고, 내려가면 수축하려 하지만, 고정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이 변형이 억제됩니다. 그 결과 내부에서 ‘밀리거나 당기는 힘’이 생기며, 이것이 누적되면 균열이나 변형으로 이어집니다.
재료가 온도에 반응하는 방식
모든 재료는 고유한 열팽창계수(Coefficient of Thermal Expansion)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값이 크면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합니다.
예를 들어,
- 금속(특히 알루미늄)은 열에 매우 민감해 쉽게 팽창합니다.
- 세라믹이나 콘크리트는 열팽창이 작지만, 대신 취성이 커서 쉽게 균열이 갑니다.
즉, 어떤 재료가 더 강하다고 해서 열응력에 강한 것은 아닙니다. 열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열응력이 발생하는 과정
-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팽창
금속 봉이 온도를 높이면 길이가 조금 늘어납니다. 이때 양쪽이 자유롭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 양쪽이 고정된 상태
하지만 양쪽이 벽이나 고정 구조물로 막혀 있다면, 재료는 팽창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압축 응력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하지 못해 인장 응력이 생깁니다. - 결과
이 응력이 일정 한계를 넘으면, 재료는 미세한 균열 또는 변형을 일으키며 “온도 스트레스로 인한 손상”이 발생합니다.
열응력이 중요한 이유
열응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간과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조물의 수명과 안정성을 크게 좌우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건축 구조물: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로 인한 균열
- 기계 부품: 엔진, 터빈 등 반복적인 온도 변화에 따른 피로 손상
- 전자기기: 반도체 칩과 기판의 열팽창률 차이로 인한 접합부 파손
- 철도·도로: 온도 변화로 인한 팽창, 이음부 손상
실생활 속 열응력 사례
- 철도 레일의 이음새
철도가 여름에 팽창하고 겨울에 수축하기 때문에, 일정 간격으로 틈(Expansion Joint)을 둡니다. 만약 이 틈이 없다면 여름에는 레일이 휘어지거나 솟아오릅니다. - 교량의 신축 이음장치
다리는 낮과 밤, 계절마다 길이가 미세하게 변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 끝단에 고무패드나 금속 슬라이드를 설치해 열팽창을 흡수하도록 설계합니다. - 유리창 파손
한쪽 면은 햇빛을 받아 뜨거워지고, 반대쪽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온도 차로 인해 유리 내부에 인장응력이 생겨 균열이 발생합니다.
열응력을 줄이는 설계 원칙
- 팽창 공간 확보
구조물이 자유롭게 팽창하거나 수축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이나 이음부를 둡니다. - 재료 선택의 조화
서로 다른 재료를 결합할 때는 열팽창계수가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금속과 플라스틱을 바로 접합하면 열응력이 쉽게 쌓입니다. - 온도 분포의 균형 설계
온도가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열 차단재나 방열판을 사용합니다. - 반복 하중 고려
온도 변화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열피로(Thermal Fatigue)를 고려해 설계해야 합니다.
열응력의 본질 - “움직임을 억제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
열응력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재료가 움직이려는 자유를 억제하면, 내부에 응력이 생긴다.
즉, 재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구속 조건(Constraint)이 문제입니다. 이 개념은 인간의 스트레스와도 비슷하죠. 자유롭게 팽창하고 수축할 수 있으면 아무 일도 없지만, 억제당하면 내부에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균열로 터집니다.
결론
열응력은 ‘보이지 않는 하중’입니다. 하중이 없는데도 구조물을 손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죠. 특히 현대 구조물은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 서로 다른 재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열응력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좋은 설계란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설계”입니다. 재료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진정한 안정성은 강성이 아니라 유연함 속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열응력이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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