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는 판단을 없애지 않고 위치를 바꾼다
디지털 트윈과 자동 분석이 도입되면, 많은 계산과 비교가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이 변화는 엔지니어의 일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판단의 위치를 바꾼다. 과거에는 설계 단계에서 한 번 내려졌던 판단이 이제는 운영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요구된다. 언제 모델을 업데이트할지, 어떤 데이터는 신뢰하고 어떤 데이터는 보류할지, 예측과 관측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결정은 자동화될 수 없다. 자동화는 판단의 빈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타이밍을 앞당기고 범위를 넓힌다.

책임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더 분명해진다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는 설계 가정, 모델 업데이트, 경보 설정, 개입 결정의 모든 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 이는 사고 이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합리적 판단을 입증하기 쉽게 만든다. 책임은 더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명확해진다.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대안은 무엇이었는지가 추적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 시대의 책임은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개입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완전 자동 판단에 대한 유혹은 크지만, 내진·구조 안전 분야에서 이는 위험하다. 디지털 트윈 시대의 핵심 설계 과제는 기술 성능이 아니라 거버넌스다. 어느 단계까지 자동으로 처리하고, 어디서부터 인간 판단을 요구할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 경보 승인, 사용 중단 결정, 복구 재개 판단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엔지니어의 책임은 시스템 밖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 ‘사람의 자리’를 남기는 데 있다.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역할로 분산된다
디지털 트윈은 단일 설계자가 모든 것을 통제하던 시대를 끝낸다. 설계, 시공, 운영, 유지관리의 경계가 흐려지며, 책임은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역할 간 협업으로 구성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책임의 분산이 아니라 책임의 연결이다. 누가 어떤 결정을 언제 내렸는지, 그 결정이 다음 단계에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은 책임을 희석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책임의 릴레이를 가시화하는 도구다.
디지털 트윈 시대의 전문성은 ‘설명 가능성’이다
정확한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예측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왜 이 모델을 신뢰했는지, 왜 이 시점에 개입했는지, 왜 사용을 허용하거나 중단했는지를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법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신뢰의 문제다. 디지털 트윈 시대의 엔지니어는 계산 전문가이기 이전에, 판단을 설명하는 전문가가 된다.
결국 디지털 트윈은 책임을 자동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의 기준을 높인다. 더 많은 데이터, 더 빠른 예측은 “몰랐다”는 변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 시대의 엔지니어 책임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신 더 일찍, 더 자주, 더 명확하게 요구된다. 그리고 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디지털 트윈은 위험한 기술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설계 파트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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