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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역학

자동 판단과 인간 판단의 경계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by adkim1 2026. 2. 13.

자동 판단은 속도를 얻고, 인간 판단은 의미를 지킨다

자동 판단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일관성이다. 방대한 SHM 데이터와 디지털 트윈 예측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은 인간보다 기계가 훨씬 정확하고 빠르다. 그러나 이 속도는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알려줄 뿐,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까지 대신 결정하지는 못한다. 자동 판단은 현상을 정리하는 데 강하고, 인간 판단은 그 현상을 맥락 속에 놓는 데 강하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동화는 편리함이 아니라 위험이 된다.

 

자동 판단과 인간 판단의 경계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자동화가 강한 영역은 반복·비가역성이 낮은 판단이다

자동 판단이 가장 효과적인 영역은 반복적이고, 되돌릴 수 있는 판단이다. 데이터 품질 점검, 센서 이상 탐지, 정상 범위 이탈 여부 판별처럼 잘 정의된 규칙과 충분한 학습 데이터가 있는 작업은 자동화의 대상이 된다. 이 단계에서 인간이 개입하면 오히려 판단 속도가 느려지고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자동화는 인간 판단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판단이 필요한 지점까지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위험한 자동화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 개입할 때 시작된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자동 판단이 구조물 사용 중단, 대규모 대피, 긴급 보강 같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직접 내릴 때다. 이러한 결정은 기술적 판단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파급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위험과, 그 위험을 받아들이는 사회의 기준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이 간극을 해석하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이다. 자동화가 이 영역에 침투하면, 책임의 주체는 흐려지고 결과에 대한 설명은 어려워진다.

 

자동 판단과 인간 판단의 경계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경계는 기술 수준이 아니라 ‘책임 단위’로 설정해야 한다

자동 판단과 인간 판단의 경계는 기술이 어디까지 가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자동 판단의 결과를 누군가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한다면, 그 판단은 이미 인간 판단의 영역이다. 반대로 자동 판단이 제안 수준에 머물고, 최종 선택은 사람이 한다면 자동화는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경계 설정은 기술 아키텍처가 아니라, 책임 아키텍처의 문제다.

 

 

좋은 시스템은 ‘사람이 개입할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자동 판단과 인간 판단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시스템은, 사람이 언제 왜 개입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단순한 경보가 아니라, 어떤 가정이 깨졌는지, 어떤 데이터가 판단을 바꾸었는지를 함께 제시한다. 이때 인간 판단은 감각이나 직관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선택으로 작동한다. 자동화는 판단을 숨길 때 위험해지고, 판단을 드러낼 때 신뢰를 얻는다.

 

결국 자동 판단과 인간 판단의 경계는 고정된 선이 아니다. 구조물의 중요도, 사회적 영향, 데이터 신뢰 수준에 따라 계속 조정되어야 한다. 미래 내진 설계와 구조 안전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자동화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멈추게 했는 가다. 자동화는 판단을 대신할수록 위험해지고, 판단을 준비할수록 강해진다. 이 경계를 설계하는 일 자체가 이제 엔지니어의 새로운 전문 영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