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왜’라는 질문은 더 커진다
과거의 구조 안전 판단은 계산 결과 몇 장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하중과 강도, 안전율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SHM, AI, 디지털 트윈이 결합된 오늘날의 판단은 훨씬 복잡하다. 수많은 데이터와 모델이 개입하는 만큼, 결과는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어렵다. 이때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더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왜 이런 판단이 내려졌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설명 책임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설명 책임은 사고 이후가 아니라 판단 이전에 작동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책임은 사고 이후에 논의되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래 구조 안전 관리에서 설명 책임은 사후 방어가 아니라 사전 설계의 일부가 된다. 어떤 데이터가 사용되었는지, 어떤 가정이 깔려 있는지, 대안은 무엇이었는지를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판단은 쉽게 블랙박스가 된다. 설명 책임은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판단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투명성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성은 종종 ‘모든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의 나열은 오히려 혼란을 만든다. 진정한 투명성은 판단에 영향을 준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드러내는 것이다. 어떤 지표가 경보를 촉발했는지, 어떤 가정 변화가 위험도를 바꿨는지, 왜 다른 시나리오는 배제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구조에 관한 문제다.

AI 시대의 책임은 ‘선택하지 않은 이유’까지 포함한다
AI 기반 예측과 통합 시스템은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한다. 이때 엔지니어의 판단은 하나의 선택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이유뿐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이유다. 왜 이 경보는 무시되었는지, 왜 이 시점에서는 개입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남아 있어야 한다. 미래의 책임은 단일 결론이 아니라, 판단 과정 전체를 대상으로 확장된다.
설명 가능한 판단이 구조 안전의 신뢰를 만든다
구조 안전은 기술 문제이면서 동시에 신뢰의 문제다. 사용자, 운영자, 사회는 구조물이 안전하다는 말보다, 그 안전이 어떻게 판단되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설명 책임과 투명성은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담이 아니라, 구조 안전 기술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다. 디지털 트윈과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최종적으로 신뢰를 만드는 것은 설명 가능한 판단이다.
결국 미래 구조 안전 관리의 핵심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다. 더 많은 판단을 더 잘 설명하는 능력이다.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설명 책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엔지니어는 계산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을 설명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수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설명이 가능할 때, SHM·AI·디지털 트윈의 통합은 위험한 복잡성이 아니라,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체계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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