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의 대상은 ‘구조물’이 아니라 ‘판단 과정’이 된다
과거의 구조 안전 거버넌스는 결과 중심이었다. 기준을 만족했는지, 점검을 했는지,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SHM·AI·디지털 트윈이 결합된 환경에서는 안전이 단일 결과로 고정되지 않는다. 상태는 계속 변하고, 판단은 반복된다. 이때 거버넌스의 핵심 대상은 구조물 그 자체가 아니라, 안전 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된다. 누가 어떤 정보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그 판단이 어떻게 다음 단계로 전달되었는지를 관리하는 것이 새로운 거버넌스의 중심이다.

중앙집중형 통제에서 분산형 책임 구조로 이동한다
전통적인 안전 관리 체계는 중앙의 승인과 통제를 중시했다. 그러나 실시간 데이터와 자동 예측이 보편화되면서, 모든 판단을 중앙에서 처리하는 방식은 속도와 현실성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미래의 구조 안전 거버넌스는 판단을 현장과 운영 단계로 분산시키되, 그 판단이 일관된 기준과 설명 책임 아래 이루어지도록 설계된다. 이는 통제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명확한 역할 단위로 나누는 방식이다.
기준은 ‘규칙’에서 ‘프레임’으로 바뀐다
미래 거버넌스에서 기준은 모든 상황에 대한 정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와 방향을 제시하는 프레임으로 기능한다. 성능 목표 설정, 허용 위험 범위, 개입 원칙은 기준이 제공하되, 구체적인 선택은 상황에 맞게 이루어진다. 이 변화는 기준의 약화가 아니라, 기준의 성숙을 의미한다. 기준은 계산을 대신하지 않고, 판단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기술 도입의 거버넌스는 ‘가능성’보다 ‘책임’을 묻는다
AI와 디지털 트윈을 도입할 수 있는가 보다 중요한 질문은,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다”는 말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미래의 거버넌스는 기술 선택 자체를 책임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설명할 수 없는 기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자동화는 도입 자체가 위험으로 간주된다. 기술 거버넌스의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책임 가능성이다.
미래 거버넌스에서 엔지니어는 연결자 역할을 맡는다
미래 구조 안전 관리에서 엔지니어는 계산자도, 감시자도 아닌 연결자에 가깝다. 데이터와 판단, 기준과 현장, 기술과 사회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역할이다. 이 역할은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판단을 설명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거버넌스가 기술을 통제하는 체계라면, 엔지니어는 그 체계가 작동하도록 의미를 전달하는 핵심 매개자다.
결국 미래 구조 안전 관리의 거버넌스는 더 많은 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판단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드러내고, 책임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구조물이 안전한가라는 질문은 이제 충분하지 않다. 누가, 언제, 왜 안전하다고 판단했는가가 함께 답변될 때, 기술은 비로소 사회적 신뢰를 얻는다. 미래 거버넌스의 목표는 완벽한 안전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안전이며, 이 목표를 중심으로 구조 안전 관리의 형태는 계속 재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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