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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역학

비선형 지진 해석은 언제 필요한가

by adkim1 2026. 1. 31.

선형 지진 해석은 ‘버티는 범위’까지만 설명한다

응답 스펙트럼 해석이나 선형 시간이력 해석은 구조물이 주로 탄성 영역에서 거동한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한다. 이 접근은 설계 초기 단계나 일반적인 구조물의 안전성 판단에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지진이 커질수록 구조물은 필연적으로 탄성 한계를 넘어서며, 이 순간부터 선형 해석은 더 이상 실제 거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선형 해석은 구조물이 얼마나 버티는지를 알려주지만, 언제 어떻게 항복하고 어떤 경로로 손상이 누적되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비선형 지진 해석은 바로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등장한다.

 

비선형 지진 해석은 언제 필요한가

 

비선형 해석은 ‘힘’이 아니라 ‘변형의 흐름’을 본다

비선형 지진 해석의 핵심은 최대 힘을 계산하는 데 있지 않다. 대신 구조물이 지진 동안 어떤 부재부터 항복하고, 소성 변형이 어디에 집중되며, 그 변형이 어떻게 구조 전체로 확산되는지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구조물은 더 이상 일정한 강성을 가진 시스템이 아니며, 변형이 누적될수록 강성과 감쇠 특성이 계속 바뀐다. 비선형 해석은 구조물이 지진을 겪는 동안 ‘성격이 변해 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해석이다.

 

 

연성 설계는 비선형 해석 없이는 검증될 수 없다

연성을 확보했다는 설계 의도는 선형 해석 결과만으로는 검증되지 않는다. 어느 부재가 먼저 항복하는지, 소성 힌지가 의도한 위치에서 형성되는지, 전체 붕괴 메커니즘이 통제 가능한지 여부는 비선형 해석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성능 기반 설계에서는 구조물이 특정 지진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손상을 허용하는지가 핵심 기준이 되며, 이는 비선형 해석 없이는 판단할 수 없다. 연성은 가정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되어야 한다.

 

 

비선형 해석은 ‘붕괴 이전의 여유’를 보여준다

많은 구조물은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에서도 즉시 붕괴하지 않는다. 중요한 질문은 구조물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여유가 어디에서 소진되는 지다. 비선형 해석은 하중 증가에 따른 변형 능력과 잔존 강성을 평가해 구조물의 붕괴 여유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정보는 단순한 합격·불합격 판단을 넘어, 보강 전략과 위험 관리의 근거가 된다. 비선형 해석은 최악의 순간을 상상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순간까지의 경로를 이해하는 도구다.

 

 

비선형 지진 해석은 언제 선택해야 하는가

모든 구조물에 비선형 해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중요 구조물, 비정형 구조, 연성 거동에 의존하는 설계, 기존 구조물의 내진 성능 평가처럼 실패 비용이 큰 경우에는 비선형 해석이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 또한 선형 해석 결과가 직관과 크게 어긋나거나, 특정 층·부재에 변형이 집중될 가능성이 보일 때도 비선형 해석이 요구된다. 비선형 지진 해석은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구조물이 탄성의 보호막을 벗는 순간을 책임 있게 다루기 위한 선택이다. 결국 비선형 해석이란 구조물이 “어디까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가”를 묻는 가장 정직한 질문에 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