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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역학

설계 기준과 엔지니어 재량은 미래 내진 설계에서 어떻게 공존하는가

by adkim1 2026. 2. 9.

설계 기준은 ‘최소선’을 정하는 도구다

내진 설계 기준은 오랜 사고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수준까지는 누구나 동일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최소선을 명확히 해 준다는 의미다. 이는 설계 품질의 하한을 보장하고, 무분별한 위험을 차단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준이 다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구조물과 평균적인 사용 조건이다. 미래 내진 설계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점점 더 개별적이고 맥락 의존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기준은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되기 어렵다.

 

 

기준이 말하지 않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회복탄력성, 사용 가능성, 복구 시간, 비구조 요소 성능처럼 최근 내진 설계에서 중요해진 개념들은 기준에서 명확한 수치로 제시되기 어렵다. “얼마나 빨리 복구되어야 하는가”, “어떤 기능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은 기술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는 기준이 답을 주지 않고, 설계자가 상황을 해석해 판단해야 한다. 미래 내진 설계는 기준을 적용하는 능력보다, 기준이 침묵하는 영역을 책임 있게 채우는 능력을 요구한다.

 

설계 기준과 엔지니어 재량은 미래 내진 설계에서 어떻게 공존하는가

 

엔지니어 재량은 위험이 아니라 통제된 선택이다

엔지니어 재량이라는 말은 종종 자의적 판단이나 불확실성으로 오해된다. 그러나 실제로 재량은 근거 없는 자유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통제된 선택이다. 성능 기반 설계, 비선형 해석, 자기 복원 시스템 선택은 모두 기준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기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량의 결과다. 미래 내진 설계에서 재량은 기준을 벗어나는 행위가 아니라, 기준의 목적을 더 정확히 실현하기 위한 보완 행위다.

 

 

재량이 의미를 가지려면 ‘설명 가능성’이 필요하다

미래 설계에서 엔지니어 재량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판단의 근거가 명확히 설명되어야 한다. 왜 이 수준의 손상을 허용했는지, 왜 이 시스템을 선택했는지, 어떤 위험을 감수했고 어떤 위험을 제거했는지를 논리적으로 남겨야 한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판단을 공유하기 위한 기록이다. 설명 가능한 설계는 재량을 개인의 감각이 아닌, 검증 가능한 전문 판단으로 끌어올린다.

 

설계 기준과 엔지니어 재량은 미래 내진 설계에서 어떻게 공존하는가

 

미래 내진 설계는 기준과 재량의 균형 위에 놓인다

미래 내진 설계는 기준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기준은 더욱 정교해지고, 동시에 기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명확해질 것이다. 이때 설계자는 기준을 지키는 기술자이면서, 그 너머를 판단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기준은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 책임을 담고 있고, 재량은 개별 구조물에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한 전문성의 표현이다. 결국 미래 내진 설계란 기준과 재량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두 요소가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도록 설계하는 문제다. 내진 설계의 끝에서 남는 것은 계산 결과가 아니라, “왜 이렇게 설계했는가”에 대한 설명이며, 이 설명이 가능할 때 기준과 재량은 비로소 공존하게 된다.